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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o Story

[작은 아씨들(2019)]-자아, 사랑 그리고 예술

by canadamiso 2025. 10. 29.

<작은아씨들(2019)>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2019)>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고전을 현대의 감각으로 새롭게 빚어낸 작품입니다. 19세기 미국 여성의 삶을 다루면서도, 지금 우리의 시선으로 읽어도 여전히 생생하게 와닿는 주제의식 - ‘자아’, ‘사랑’, 그리고 ‘예술’ - 이 그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네 자매의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세밀하고 따뜻하게 여성의 독립성과 예술적 열망을 그려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자아 – 여성의 독립과 정체성

<작은 아씨들>에서 ‘자아(Selfhood)’의 탐색은 단순한 성장담이 아닙니다. 그것은 여성의 사회적 독립,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그 중심에는 **조 마치(사오르세 로넌)**가 있습니다. 작가로서 세상과 소통하기를 꿈꾸는 그녀는 결혼이라는 시대의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걸으려 합니다. 당시 여성의 인생은 가정 안에서 결정되고, 결혼이 곧 성공이라 여겨지던 시대였죠.

하지만 조는 그 틀을 거부합니다. 그녀에게 자아란 단순히 ‘나답게 사는 것’을 넘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일은 곧 자기 선언이자, 세상을 향한 조용한 혁명이 됩니다. 인쇄소에서 그녀의 원고가 책으로 묶여 나오는 장면은 그 모든 여정의 결실처럼 다가옵니다. 한 여성의 이야기가 세상에 ‘기록’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자아의 완성이자 승리입니다.

조는 또한 스스로의 삶을 결정할 자유를 원합니다. “나는 위대하거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고 싶어.”
그녀의 이 말에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조의 이야기는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싸우는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은 아씨들』은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공감의 이야기로 남습니다.

사랑 – 관계의 깊이와 감정의 다양성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사랑을 단지 로맨스로만 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은 아씨들> 속의 사랑은 훨씬 더 다층적입니다. 가족 간의 애정, 자매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 우정과 사랑 사이의 미묘한 감정까지 — 이 모든 감정의 결이 섬세하게 엮여 있습니다.

조와 에이미(플로렌스 퓨)의 관계는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축을 이룹니다. 처음엔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지만, 시간이 흐르며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합니다. 조가 로리의 고백을 거절하고, 에이미가 로리와의 관계를 받아들이는 장면은 단순한 삼각관계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사랑의 방향성과, 자기 자신을 선택할 용기의 이야기입니다. 사랑이란 결국 소유가 아니라 이해이며, 자신을 먼저 사랑할 때 비로소 진정한 관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영화는 조용히 전합니다.

가족애 역시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마미와 네 자매의 관계, 그 안에서 오가는 다툼과 용서의 순간들은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줍니다. 특히 베스의 죽음은 깊은 슬픔이지만, 동시에 남은 가족들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영화는 말합니다. 진짜 사랑이란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함께 감싸 안는 일이라고.

<작은 아씨들>의 사랑은 희생이 아니라 공감으로, 소유가 아니라 존중으로 완성됩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시대를 넘어 여전히 우리를 울리는 사랑의 진실입니다.

예술 – 글쓰기로 완성되는 삶의 서사

<작은 아씨들>에서 예술, 특히 글쓰기는 단지 직업적 꿈을 넘어 삶의 본질로 다가옵니다.
조에게 글쓰기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세상과 나누는 행위입니다. 그녀는 글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 연결됩니다.

조가 원고를 써 내려가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그녀의 삶, 감정, 상처가 문장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녹아들죠. 특히 “제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순간은 상징적입니다. 여성의 이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곧 존재의 선언이니까요. 19세기 여성들이 종종 남성의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해야 했던 시대를 생각하면, 그 장면은 더욱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예술은 조에게 위로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가족의 상실과 사랑의 좌절 속에서도 그녀는 글을 통해 자신을 치유합니다. 그렇게 써 내려가며 조는 점점 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갑니다 — 자신의 상처뿐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도 품을 수 있는 존재로 말이죠.

마지막에 원고가 책으로 완성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정점입니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순간입니다. <작은 아씨들>은 예술이 인간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예술이 여성의 목소리로 세상에 울려 퍼질 때, 그 구원은 한층 더 깊고 아름답습니다.

결론 – 작은 아씨들, 그러나 결코 작지 않은 이야기

<작은 아씨들>은 여성의 시선으로 다시 쓴 고전입니다.
자아, 사랑, 예술이라는 세 가지 축을 따라가다 보면, 이 작품이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살아 있는 이야기를 건넨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네 자매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맞섰고, 끝내 자신을 증명했습니다.
<작은 아씨들> 은 조용히 말합니다.
삶의 위대함은, 남이 정한 길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걸어가는 데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