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빌론 ] - 욕망, 타락, 유산의 심리적 초상](https://blog.kakaocdn.net/dna/ALJMU/dJMcaihsBU1/AAAAAAAAAAAAAAAAAAAAAG3dNZOCfMztvutWv2LD4pRjwgufbpFpPTDezAlGmmIK/img.webp?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7193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gc2zaOllOBPhVHocmgpwhHpG%2FAQ%3D)
<바빌론>은 1920년대 할리우드의 영화 산업을 배경으로, 성공과 예술, 시스템과 인간 사이에서 꿈을 좇는 이들이 어떻게 욕망에 휩싸이고, 시스템에 의해 타락하며, 결국은 잊히거나 남겨지는지를 대서사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영화라는 예술과 산업의 두 얼굴을 동시에 조명하며, 관객에게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강하게 던집니다.
욕망: 성공을 향한 폭발적 질주
<바빌론> 속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할리우드의 중심으로 향합니다. 특히 마고 로비가 연기한 넬리는 욕망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나는 태어난 스타야”라는 확신은 그녀를 어떤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로 만듭니다. 그녀의 욕망은 재능이라는 연료를 삼아 불타오르며, 할리우드라는 시스템 안에서 순식간에 모두의 시선을 휘어잡는 에너지로 발산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질주는 동시에 불안정하고 위험합니다. 열망이 너무 크다는 것은 쉽게 과잉에 빠지고, 결국 자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넬리의 커리어는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넬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더 과감한, 때로는 위험한 선택들을 하게 됩니다. 그 모습은 마치 연기를 넘어 자신의 존재 전체를 불태우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잭은 이미 정상에 오른 스타입니다. 하지만 그 성공은 곧 ‘내리막길’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시대가 변하고, 유성영화의 시대가 열리면서, 그는 과거의 인물이 되어갑니다. 그가 느끼는 공허감과 불안은 외부에서 강요된 변화라기보다, 내부에서 스스로 무너져내리는 감정의 결과로 그려집니다.
한편, 매니는 디에고 칼바가 연기한 청년으로, 시스템 바깥에서 시작해 내부로 침투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영화 산업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고자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욕망은 윤리적 타협과 감정의 왜곡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의 시선은 관객에게 가장 가까운 입장을 제공하며, 영화 산업의 진입과 적응, 성공의 이면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타락: 화려함의 이면에 존재하는 시스템의 폭력
<바빌론> 은 욕망의 에너지가 어떻게 시스템과 맞닿으며, 그 안에서 어떻게 타락으로 이어지는지를 심도 있게 그려냅니다. 특히 인물들이 겪는 몰락은 단순한 개인의 실패나 실수가 아닙니다. 오히려 성공을 위한 질주 속에 내재된 구조적 필연으로 묘사됩니다.
할리우드는 겉으로는 재능과 열정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소비와 이미지, 화제성을 우선시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합니다. 넬리는 점점 더 극단적인 연기를 요구받고, 논란을 감수해야 하며, 본인의 삶과 경계 없이 역할과 감정을 겹쳐 살아가야 합니다. 그녀는 결국 시대와 시스템의 소모품이 되어버립니다.
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유성영화 시대의 얼굴이었던 그는 기술 변화 앞에서 버티지 못하고,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채 점점 잊혀갑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스타를 원하고, 시대는 새로운 얼굴을 요구합니다. 잭은 그런 요구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로, 무대 밖으로 밀려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매니의 경우, 처음에는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품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속한 세계의 어두운 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성공을 위해 감정을 외면하고, 친구를 배신하며, 사랑마저 이용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점점 잃어갑니다. 시스템은 그를 스타로 만들지도, 완전히 파괴하지도 않지만, 점진적으로 그를 침식해 갑니다.
이러한 타락은 단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로 묘사됩니다. <바빌론> 은 “타락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시스템에 내장된 숙명이다”라는 관점을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유산: 기억 속에 남은 감정의 진동과 영화라는 ‘시간의 예술’
<바빌론>의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적 정점을 이룹니다. 매니는 다시 로스앤젤레스의 영화관을 찾아옵니다. 이제는 영화계 인사도, 제작자도 아닌, 그저 평범한 관객으로 스크린 앞에 앉은 그는 영화 속 장면들을 바라보며 멍하니 눈시울을 붉힙니다. 스크린에는 영화사의 변천사와 그가 함께한 찬란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잊힌 얼굴들, 사라진 스타들, 그리고 영원할 것 같았던 광기 어린 장면들이 스치듯 지나갑니다.
이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중요한 질문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무엇이 영화로 남는가?” 현실에서 인물들은 몰락하고 죽거나 잊히지만, 그들의 감정, 눈빛, 선택은 스크린 위에 기록으로 남아 누군가의 마음속에 계속 살아갑니다. 이는 영화가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의 형식을 부여하는 예술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바빌론> 은 영화라는 예술의 가장 위대한 힘—기록을 넘어, 감정의 진동을 보존하는 능력—을 강조합니다. 넬리가 카메라 앞에서 모든 것을 던지듯 연기하던 순간, 잭이 유성영화의 무대에서 내려오며 보여준 자조와 무력감, 매니가 자신의 도덕성과 욕망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선들은 모두 사람이라는 존재의 진실함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삶은 스크린을 벗어나면 사라지지만, 그 감정은 영원히 남습니다. 이는 예술이 남기는 유산이란 이름의 흔적입니다. 시대는 변하고 기술은 진화하지만, 어떤 장면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한 사람의 심장을 때립니다. <바빌론> 은 그것이야말로 영화가 남길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고 말합니다.
매니의 눈물 어린 회상은 단순한 향수도, 과거에 대한 미화도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선택, 그리고 그 안에서 빛났던 사람들에 대한 진심 어린 애도와 존경입니다. 이 장면을 통해 <바빌론> 은 관객 모두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사랑한 영화는, 당신 안에 어떤 감정을 남겼습니까?”
결국 <바빌론>의 유산이란, 잊히지 않는 감정, 사라지지 않는 열정, 그리고 그 시대를 함께한 존재들의 불완전한 찬란함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스크린이라는 틀 속에서, 또 다른 관객의 기억 속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영화는 끝났지만, 그것이 남긴 감정은 계속 살아있습니다.
결론: 사라져도, 남는다. 그것이 영화다.
<바빌론> 은 단순한 시대극이나 영화산업의 재현을 넘어, 예술과 인간, 욕망과 타락, 그리고 기억과 유산이라는 깊은 주제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넬리의 광기 어린 질주, 잭의 고독한 몰락, 매니의 복잡한 성장기를 통해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영화는 결국 무엇을 남기는가?”
감정일까요, 기록일까요, 혹은 아무것도 아닐까요? <바빌론> 은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불편한 여운과 아름다운 혼란을 남깁니다. 관객은 영화관을 나오며 황홀함과 애도, 묘한 낭만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이 작품은 특히 영화사에 관심 있는 이들,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관객, 혹은 감정적으로 극단의 서사를 경험하고 싶은 관람객에게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바빌론> 은 사라진 것들을 애도하면서도, 그 잔향을 통해 우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감각을 일깨우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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