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아부 라에드]-상상력, 희망, 책임으로 아이들을 날게 한 남자](https://blog.kakaocdn.net/dna/ciWdsa/dJMcagD5IVA/AAAAAAAAAAAAAAAAAAAAAAswYRTt9mgpxoLvqs3awQd2DN2N7nLTh-b3XyTakoG8/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KzYxXpaI2GXuHQZzJKjuzUfQlGE%3D)
<기장 아부 라에드>는 우연히 기장 모자를 주운 한 공항 청소부가, 아이들에게 ‘하늘을 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작됩니다. 거짓된 신분에서 비롯된 이야기이지만, 그것은 단순한 사기극이 아닙니다. 아부 라에드의 말은 아이들이 마주한 가난과 폭력, 무관심한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감독 아민 마탈카는 요르단 사회의 현실을 소박하고도 따뜻하게 담아냅니다. 인물 간의 관계는 과장되지 않지만, 그 안에 깃든 정서적 진실은 오히려 더 깊게 스며듭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묻습니다.
“꿈을 이야기하는 어른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이 질문은 영화가 단지 희망적인 메시지를 넘어, 현실과 윤리를 함께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상상력: 현실을 견디게 하는 이야기
아부 라에드는 기장도 아니고, 특별한 재산이나 지위도 없습니다. 그는 매일 공항에서 바닥을 쓸고, 돌아가면 침묵으로 가득 찬 방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기장 모자 하나가 생깁니다. 이 사소한 사건은 곧 자신을 ‘기장’으로 상상하게 만들고, 우연히 만난 아이들에게 비행 이야기로 희망을 전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 상상력은 도피나 자기기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아이들에게 현실을 견디는 정서적 언어가 됩니다. 부모의 폭력, 교육의 부재, 가난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아부 라에드의 이야기는 잠시라도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통로가 됩니다. 그는 하늘을 난다고 말하며 아이들을 속이지 않습니다. 대신, 그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도 어딘가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느낍니다.
상상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현실을 견디기 위한 방어막이자, 감정적 자립을 위한 작은 씨앗이 됩니다. 아부 라에드의 비행담은 단지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심리적 공간을 만들어주는, 하늘로 열린 창문 같은 존재입니다.
“상상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갈 힘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영화는 그 진리를 아주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전합니다.
희망: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믿음
<기장 아부 라에드>에서 희망은 비행이라는 구체적 이미지로 표현됩니다. 하늘은 이 영화에서 물리적 이동의 공간이자, 삶의 조건을 바꿀 수 있다는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아이들은 땅에 붙어 있지만, 하늘을 상상하며, 지금 이 자리가 끝이 아님을 느낍니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처음엔 단순히 재미로 반응하지만, 점차 그 이야기 속에서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됩니다. 이 상상이 만들어내는 정서적 변화는 작지만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매일 폭력을 당하던 아이는 더 이상 완전히 무력하지 않다는 감정을 느끼고, 교육을 포기했던 아이는 자신의 삶이 지금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가 말하는 희망은 구원이나 드라마틱한 변화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다른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게 되는 감정의 움직임입니다.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꿈은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희망은 늘 상황을 바꾸진 못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태도는 바꿀 수 있습니다. 아부 라에드는 자신이 조종사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아이들의 눈빛을 보며 책임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를 믿으며, 자신도 더 나은 무언가를 상상해 봅니다.
“희망은 상황을 바꾸기보다, 사람의 태도를 바꾼다.”
이 믿음이 영화의 온기를 구성합니다.
책임: 꿈을 말하는 어른의 윤리
하지만 <기장 아부 라에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영화는 단지 감동적인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꿈을 이야기한 자’의 책임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아이들에게 꿈을 이야기했지만, 그 꿈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순간, 아부 라에드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아이들은 그를 믿고, 그 믿음은 때론 위험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탈출을 시도하거나, 현실을 무시한 채 비행에 집착하는 아이도 생깁니다. 이때 영화는 중요한 윤리적 질문을 제기합니다.
“어른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말했을 뿐인데, 그 희망이 위험을 만들면 누구의 책임인가?”
아부 라에드는 도망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이야기의 끝을 감당하려 합니다. 때론 아이들을 말리기도 하고, 보호하려고 행동에 나서기도 합니다. 여기서 영화는 분명히 합니다. 희망을 말하는 것은 선의일 수 있지만, 그것이 영향을 미친 순간부터는 책임도 따라야 한다는 것을요.
영화는 감정적 과잉 없이, 상상과 희망이 윤리적 책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이것은 단지 아부 라에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꿈을 말하는 어른들’이 직면한 윤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교사, 부모, 지도자 누구든 이 질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어른의 책임은 희망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희망이 현실을 흔들 때, 함께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영화는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냅니다.
결론: 하늘을 보여준 사람, 땅을 딛게 한 선택
<기장 아부 라에드>는 단순한 감동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상상력과 희망의 가치를 말하면서도, 그것을 말하는 자의 책임을 함께 묻는 윤리적 드라마입니다. 상상력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겨낼 힘을 줍니다. 희망은 상황을 바꾸진 못해도, 태도를 바꿉니다. 그리고 책임은 그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를 함께 감당하려는 용기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관객은 따뜻함과 동시에 씁쓸함을 느낍니다. 꿈을 꾼다는 것은 단지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장 아부 라에드>는 하늘을 꿈꾸게 했지만,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두 발로 설 수 있게 돕는 이야기입니다. 상상, 희망, 책임이 한 인물의 조용한 선택 속에서 깊이 있게 펼쳐지는 이 영화는, 소박하지만 진심을 담은 휴머니즘 영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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