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과 줄거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 <굿뉴스>는 변성현 감독이 연출하고, 설경구·류승범·전도연·홍경이 출연한 블랙코미디 영화입니다. 2024년 10월 17일 공개된 이 작품은 1970년 일본항공 351편 납치 사건(일명 요도호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일본의 급진적 학생운동 단체 ‘적군파’가 비행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향하려다, 연료 부족으로 한국 김포공항에 착륙하게 됩니다. 당시 한국 정부가 공항을 ‘평양’으로 위장해 납치범들을 속였다는 믿기 힘든 일화가 전해지죠. 영화는 이 황당하면서도 흥미로운 실화를 바탕으로, 정치적 풍자와 인간의 어리석음을 재치 있게 풀어낸 블랙코미디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설경구가 연기하는 ‘모사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일본에서 시작된 납치 사건이 한국 영공으로 넘어오면서 벌어지는 혼란과 기지,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국가적 대응을 풍자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김포공항을 평양으로 꾸미는 장면, 일본과 한국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대처는 "현실보다 더 비현실적인 실화"라는 아이러니를 드러내며 영화의 핵심 웃음 포인트로 작용합니다.
이 작품의 진가는 웃음 속에서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의 허상을 비추는 데 있습니다. 대통령과 영부인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정권 풍자와 현대 사회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 교차하며,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선 정치 풍자극으로 확장됩니다.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변신
<굿뉴스>는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가 <불안당>, <킹메이커>에 이어 세 번째로 함께한 작품입니다. 감독 특유의 리듬감과 배우들의 색다른 변주가 돋보이죠. 설경구는 이번 작품에서 기존의 중후한 이미지를 벗고, 익살과 냉소를 오가는 전혀 새로운 톤을 보여줍니다. 마치 “양아치 같은 브로커”처럼 거친 억양과 느긋한 걸음걸이로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변신했습니다.
류승범은 중앙정보부장 역으로 등장해,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냉혹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권력자를 연기하며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자아냅니다. 전도연은 영부인 역으로 등장해 기존의 카리스마 대신 우아함과 코믹함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로운 매력을 선보입니다.
영부인이 쓰레빠(슬리퍼)를 신고 등장하거나 숙취로 대신 외출한 대통령을 대신해 공식 석상에 나서는 장면은, 영화적 유머와 현실 풍자가 절묘하게 겹치는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감독은 배우들의 고정 이미지를 완전히 깨뜨리며, “설경구를 다리미로 펴주겠다”는 말처럼 그에게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주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경호와 홍경 등 조연들의 개성 있는 연기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고, 복고풍 음악과 미장센, 설경구의 휘파람 소리로 인물의 정체를 암시하는 세밀한 연출 역시 인상적입니다.
특히 영화 속 대사 "가짜 뉴스를 만드는 법 ― 약간의 진실과 믿고 싶은 욕망을 섞으면 된다"는, 현실의 정보 조작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에게 긴 여운을 남깁니다.
풍자, 과거에서 현재로 - 시대를 비추는 거울 같은 블랙코미디
<굿뉴스>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풍자는 지금의 한국 사회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영부인이 “알코올 분해 효소가 많으신 분이니까 괜찮으실 거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과거 권력층의 위선과 오늘날의 정치 현실을 동시에 비웃습니다.
감독은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는 메시지를 유머 속에 녹여내며, 역사의 반복성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애매한 메세지. 출연진 또한 “이 영화는 단순한 과거 재현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풍경을 반영한 해석적 블랙코미디”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가짜 뉴스, 권력자들의 자기 합리화, 대중의 무관심과 집단적 무지 — 이 모든 요소가 현재와 겹쳐지며,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울 같은 작품’으로 기능합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사회 비판을 넘어, 웃음을 통해 시대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현실이라면 불쾌했을 장면들이 블랙코미디의 형식을 통해 ‘웃음 속의 성찰’로 바뀌는 순간, 관객은 묘한 해방감을 느낍니다.
평론가들은 “〈굿뉴스〉는 단순히 웃기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를 묻는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배우들은 “한국 영화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장르가 블랙코미디지만, 변성현 감독은 그 균형을 완벽히 잡아냈다”라고 극찬했습니다.
종합 의견
<굿뉴스> 는 실화를 바탕으로 권력과 인간의 어리석음을 유머로 해부한 정치 풍자 블랙코미디의 정수입니다. 변성현 감독은 과거의 사건을 통해 현재의 사회를 비추며, 웃음 속에서 진실을 건져 올립니다. 배우들은 자신들의 기존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영화는 “웃음 속의 진실”이라는 블랙코미디의 본질을 가장 세련된 형태로 구현해 내는 데 성공했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영화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Miso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좀비딸] 줄거리, 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장르적 완성도 (1) | 2025.10.27 |
|---|---|
| [1980 사북] 분노의 기원, 폭력의 시선, 기억의 윤리 (0) | 2025.10.25 |
| [브레이킹 아이스]소개 및 배경, 의도 그리고 메세지 (0) | 2025.10.24 |
| [중간계] 줄거리, AI 기술 장편 영화의 혁명 그리고 총평 (0) | 2025.10.22 |
| [신과 함께], 한국영화의 CG를 만나다 (0) | 2023.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