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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o Story

[벌새]"1초에 60번의 날갯짓으로라도 날자"

by canadamiso 2023. 10. 20.

개요

2018년 개봉한 김보라 감독의 독립영화입니다.   박지후 주연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감성적인 연출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으로 2018 부산 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를 시작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무려 34관왕이라는 업적을 달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 일어났던 그 시절 우리들의 모습들을 매우 현실적이면서 직관적으로 담아내 보이고 있습니다.  어떤 긴장감이 느껴지는 갈등 요소보다는 평범한 중2 여학생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또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사들, 감정들, 가족의 이야기들이 영화 속에 잘 녹여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치 1994년 어느 하루에 가있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인간성보다는 기계와 물질, 계급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환경 속에서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어린 여학생의 감정이 조용한 변화를 통해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시절 우리들이 가지고 있었던 사회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올해로 중학교2학년이 된 주인공 은희, 대치동에 살며 그곳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은희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은 대놓고 학생들에게 "서울대를 가라"는 구호를 외치게 합니다.  학교 내에서는 저절로 부모의 학벌, 직업, 그리고 아파트 평수에 따라 등급이 매겨져 있습니다.   은희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장롱 속에 숨어있는 수희(언니)를 봅니다. 아빠가 밖으로 나가고 나서야 수희는 장롱 속에서 나와 요사스러운 복장으로 외출을 합니다. 강남에 살면서 강남에 있는 학교를 가지 못하고 강북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수희는  "동네 창피한 자식"입니다.  은희의 부모님은 동네 작은 상가에서 떡집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떡집에 메여있어 아이들을 돌볼 틈이 없어 은희는 항상 혼자입니다.   오직 외고를 준비하는 오빠가 집안의 중심입니다. 은희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은희는 남자친구와 첫 키스 하는 장면을 오빠한테 들키는 바람에 오빠한테 엄청 얻어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부모님은 제재하지 않습니다.  은희에게 있어서 오빠는 자신을 괴롭히는 괴물입니다.  은희는 콜라텍에서 신나게 춤추며 담배도 피웁니다. 그곳에서 은희를 좋아하는 한 살 어린 엑스 여동생도 사귀었습니다.   은희는 친구와 함께 문구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가계 주인에게 붙잡힙니다.  가계주인은 은희의 아버지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경찰서로 넘기겠다고 하자 은희 아버지는 그냥 경찰서로 넘기라고 합니다.  은희는 이러한 아버지의 대답에서 철저히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은희는 목에 무엇인가가 자꾸 만져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병원에 은희와 함께 가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혼자 병원에 간 은희는 목의 혹을 떼어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안면 마비가 올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이었습니다.  이 말에 울음을 터뜨리는 아버지를 봅니다.  은희는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에 맘이 혼란스럽습니다.  작은 병원에서 의료실수일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수술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은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다시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고 무사히 회복이 되었습니다. 
이런 은희의 마음에 작은 조약돌을 던져준 선생님이 한분 계십니다. 한문학원의 영지선생님. 새로 온 영지선생님은 서울대 출신이지만, 은희의 마음에 유일한 위로를 주는 사람입니다.  영지는 은희에게 '잘린 손가락'이라는 노래를 불러줍니다.  은희는 이 노래의 의미를 지금은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수술을 마치고 은희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영지는 은희를 찾아와 '이제 누가 때리면 그냥 맞지 말고 맞서라'라고 얘기합니다.  은희는 영지의 말을 듣고 그때부터 달라집니다.  학원 원장 선생님에게 반항하고 오빠의 폭력에도 맞섭니다.  퇴원을 해서 학원으로 돌아왔을 때 영지선생님은 떠나고 없었지만, 은희는 종이에 적습니다. "이런 저도 빛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느낌

벌새. 큰 몸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아 1초에 60번씩 날갯짓을 해야 날아갈 수 있다 합니다.  이런 벌새처럼,  우리는 영화에서 어린 시절 은희가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기 위한 날갯짓에 얼마나 힘겹고 고될까? 하는 감정이입된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면 말입니다.  감독이 성수대교 붕괴사건이 일어난 1994년을 배경으로 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성수대교 붕괴는 가장 썩어빠진 건설 비리를 눈감아준 기득권에 큰 경고장을 날리는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때를 배경으로 한 은희의 삶은 그런 기득권에 치이고 상처 입고 그것을 어떻게 치유해 나가는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어떤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지 기성세대에게 던지는 경고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2 여학생, 은희의 일상이 여러 가지 사건들을 통해 진정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아픔들, 우리 세대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루틴들로 여겨지는 사건들... 잘못을 하고도 그것이 잘못인 줄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하며 산다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 힘든 일일 것입니다.   모든 이들이 그것을 숙명으로 여기며 살아갑니다.  은희에게 영지선생님이 나타난 것은 참으로 다행입니다.  시대를 앞선 영지선생님을 통해 은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합니다.  영지선생님이 병원에 있는 은희를 찾아와 운명에 맞서라는 조언에서 은희가 1초에 한두 번밖에 하지 못하던 정적인 날갯짓이, 이제부터는 날기 위해 1초에 90번의 날갯짓을 해서라도 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게 느껴집니다. 성장은 바로 이런 것이라 여겨집니다.  영화 속에서 보여 준 분노케 하는 많은 사건들은 절망과 안타까움에 그칠 수 있었겠지만, 은희가 세상을 살기 위해 선택한 태도가 변화되는 모습을 통해 이 영화는 궁극적으로 희망을 줍니다.  불새, 즉 은희의 날갯짓을 간절히 원하는 모든 이들이 그 날갯짓으로 분명히 이런 불공평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그런 긍정적인 메시지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